▲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월 1천만원’ 타워크레인 월례비 관행을 뿌리 뽑겠다며 국토교통부가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을 무더기로 적발해 행정처분 절차를 밟았지만 심의 결과 80% 가까이 기각된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정부의 ‘건폭몰이’ 기조에 발맞추기 위해 무리한 판단기준을 만들고 이를 근거로 행정처분을 남발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 타워 조종사 행정처분
심의결과 10명 중 8명 기각

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윤종오 진보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건설기계조종사 국가기술자격 행정처분 심의결과(2023.3.~2024.9)’를 보면 국토부가 마련한 성실의무 위반 판단기준이 적용된 시점부터 최근까지 심의 대상이 된 타워크레인 조종사는 52명이다. 이중 행정처분 심의위원회에서 41명(78.8%)이 최종 기각됐다. 나머지 11명 중 10명은 경고조치를, 1명은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지역별로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가장 많은 타워크레인 조종사를 적발했다. 작업거부·조종석 이탈·작업지연 등 이유로 27명이 심의 대상이 됐는데 이중 1명(음주)이 자격정지를, 2명이 경고조치를 받았다. 18명은 기각됐고 나머지 6명은 재심의를 거쳐 최종 기각됐다. 전체 심의 대상의 88.9%(24명)가 기각된 것이다.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의 경우 10명을 적발했지만 전부 기각됐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은 13명을 적발해 6명 기각, 7명 경고조치를,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2명 적발해 1명 기각, 1명 경고조치 결정을 내렸다. 원주지방국토관리청은 해당 기간 동안 행정처분 심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표 참조>

편집 김효정 기자
편집 김효정 기자

 

준법투쟁에 “불성실 타워 조종사 최대 1년 면허정지”

국토부는 지난해 3월 타워크레인 조종사가 고의로 작업을 지연하거나 정당한 작업을 거부하는 경우 등을 성실의무 위반으로 간주해 면허정지 처분을 내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불성실 업무 유형을 15개로 제시하고 특정 유형이 월 2회 이상 발생한 경우 국가기술자격법상 성실의무 위반 조항을 적용해 최대 1년 면허정지 처분을 내리겠다는 것이었다.

노조 준법투쟁이 표적이다. 앞서 정부가 월례비를 협박·강요에 의한 금품갈취로 보고 집중 단속에 나서자 건설노조 소속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이 반발해 월례비 대가로 수행해 온 장시간·위험작업을 거부하는 준법투쟁을 예고했다. 이에 정부는 준법투쟁을 태업으로 규정하고 이를 막겠다며 성실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할 세부기준을 마련한 것이다. 정부 판단은 법원과 다르다. 대법원은 지난해 6월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이 건설업체에서 급여와 별도로 받던 월례비가 사실상 임금의 성격을 가진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국토부는 지난해 3월15일~4월14일 타워크레인 조종사에 대한 특별점검을 실시해 성실의무 위반이 의심되는 54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중 대부분의 조종사가 행정처분 심의위원회에서 기각됐다. <본지 2023년 12월29일자 4면 “불성실 타워 조종사 44명 적발·조치한다더니 74% ‘기각’” 참조>

올해 심의 대상은 전부 기각

정부는 올해도 건설현장 불법행위를 근절하겠다며 국토부·고용노동부·경찰청 등 관계부처 합동점검에 나섰다. 정부는 지난 3월 현장점검을 시작하면서 노조원 채용 강요와 초과수당 과다청구 방식의 월례비 강요가 있다는 현장 모니터링 결과에 따라 재차 점검에 나서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부 ‘건설기계 조종사 국가기술자격 행정처분 심의결과’를 보면 올해 성실의무 위반으로 타워크레인 조종사를 적발한 곳은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이 유일한데, ‘월례비 등 부당한 금품수수’로 심의 대상이 된 6명 모두 심의위원회에서 기각됐다.

윤종오 의원은 “건폭몰이가 노조탄압을 통한 윤석열 정부 지지율 끌어올리기 수단임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국토부 ‘성실의무 위반 판단 기준’ 자체도 문제가 많다는 점에서 판단기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특히 순간풍속이 기준치를 초과했을 때 조종석을 이탈한 경우도 성실의무 위반으로 보는 것은 안전하게 일할 권리마저 침해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